세상엔 참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그 많은 사람은 한결같이 자신들의 우주에서
자신들만의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서로 부딪기며 살고 있지만
가끔은 철저하게 외로울 때도 있다.
그렇게 못 마시는 술이라도 마시고 싶을 땐
독백처럼 긴 한숨을 쉬기도 한다.
믿었던 사람이 등을 칠 때는 더욱 그렇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면서 계산을 한다는 것은
더더욱 용서하기 어려운 것이다.
과연 이 사람이 나에게 어떤 이익을 줄까?
내가 이 사람을 만나면 잘못되는 것이 아닐까?
겉으로는 웃으면서 속으로는 그렇게 계산을 하는
그 복잡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나를 잘 모르면서 마치 나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마구 비판을 하는 것을 보면서
세상이 참 우습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하긴 그렇게 많은 우주 속에서 내가 살고 있으면서 한번쯤
부딪칠 만도 하지만 그 대상이 정말 내가 믿으려고 했던 사람이라면
그 아픔은 배가 된다.
요즈음 들어 부쩍 그것을 느낀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따지는 사람에게서는 환멸을 느꼈다.
그의 웃음에서 더더욱 그가 말하는 정의에서 더더욱
가식을 느낀다.
용서하고 싶다 아니 지우고 싶다 내 기억 속에 존재하는 조그마한
찌꺼기조차 지우고 싶은데 자꾸 여기저기 아픈 비방을 하고 다닌다.
그것이 그렇게도 그에게 도움이 될까?
그렇게 하여 얻어지는 것이 무엇일까?
내가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은 우리가 그렇게 당하는 것을
보고도 자신은 안 당할 것처럼 남아서 오히려 등에 칼로 난도질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 가지를 보면 열 가지를 알 수 있다고 나는 진심으로 그에게
충고하였다 지금 우리에게 하듯이 당신도 똑같이 당하니
나오라고. 그것은 진심이었다.
이제 나는 한배를 탄 사람들과 함께 길을 갈 것이다
다시 쓰러지면 일어나면 된다 또 쓰러지면 또 일어날 것이다.
나는 결코 쓰러질 수 없다.
아니 쓰러질 내가 없기 때문에 더는 쓰러짐도 없을 것이다
다 놓아 버리자. 그리고 이제 내 얼굴엔 미소 가득해 지리라
세상에 좀 더 좋은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아마도 이 우주 가득 따뜻해 지겠지.
나는 그렇게 철저히 나를 버리고 또 버려야 한다.
자광 합장
2011.6.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