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토끼의 반란
우리 집에는 토끼를 한 마리 키운다.
이놈이 그래도 눈치가 있어
제법 따르는데
한번은 온 집안의 벽지를 다 찢고 다니기에
토끼풀을 뜯어다가 주니 이놈이 쳐다보지도 않는다.
아무리 미물이라도
제 좋아하는 것은 아는지
이놈이 그렇다
제게 늘 잘해주는 딸아이에게는
잠잘 때도 함께 자려고 하고
어디가면 따라 가려고 하는데
내가 가서는 아무리 아는 척을 해도
딴 짓을 한다. 그러다가 슬그머니 다가와서는
머리를 기웃 거린다
만져 달라고
하지만 심술 나면 그냥 가버린다
풀을 줄때는 좋아라. 다가오다가
안 그러면 모른척하는 놈
하긴 인간은 계산을 하지만 이놈은 본능이리라
뭘 알기나할까…….
2002년3월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