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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붓다/허튼소리

미꾸라지 부처님

by 자광 2009. 1. 19.

비오는 날
봉지 속에 미꾸라지가 살았다 하고
저수지 깊이 달아난다.
인간들을 비웃듯이
아무른 미련도 없이
뒤 돌아 보는 아쉬움도 없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우리는 그것을 방생이라 한다.
비닐봉지 속에
미꾸라지
살아야 한다는 희망으로
그 숨 막히는 고통 참으며
버스의 울렁거림조차
감내 한 채
오로지 인간들의 알량한
방생의 희생물이 되기만을
기다린다.
내가 언제
인간들 더러 살려 달라고 했나
처음부터 우리는 자유였는데
인간들이 그 삶의 자유를 빼앗아 가더니
자신들의 공덕을 위하야 도로 살려준다 한다.
누가 누구를 살려 주는가
나 원래 소중한 내 삶이 있었는데
아 미꾸라지 보살이여
아 미꾸라지 부처님이시여
내 눈이 어두워 보지 못함입니다.
원래로 부처님인데
미꾸라지다 인간이다
구분함이 어리석었습니다.
미꾸라지 보살 요리조리
헤엄치며 긴 숨을 오랜만에 내쉰다.
아 저 깊은 속으로 얼른 가소서
원래의 그 자리로…….
이제 다시는 인간의 무명그물에 걸리지 마소서

2003/03/17 23:03:04


자광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