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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쉬자/그리움

나를 내가 망치고 있다.

by 자광 2009. 3. 22.

아침에 눈을 뜨면 무언가 텅 빈 듯한 이 느낌
가끔은 내가 살아있음에 의문이 든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의미도 없다. 살아 있음으로 살아야 하는데
아침에 눈을 뜨면 무언가 공허로운 이 느낌은
가을바람처럼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저녁나절 터벅터벅 집으로 들어오는 골목길에서조차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지. 하는
다소 엉뚱한 생각에
나의 존재에 의문이 든다.
나는 지금 존재 하는 것 일까.
그렇다면 어디에 존재 하는 것일까
살아 있음은 내가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고 또 생각하고 사랑하고
그러기 때문에 살아 있음일까.
바람이 인다.
세찬 바람이 저 깊고 깊은 가슴 안에서
무언가 아리도록 바람이 인다.
가끔은 텅 빈 채로 살아 볼만도 한데
이렇게 의미 없는 생각들로
해가 진다.
세월이 흘러간다.
시간이.그렇게.흘러간다.
나를 점점 좀먹고 있다
아니 나를 능욕하고 있다
나를 무시하고 철저히 무능하게 만들고
나의 본성을 파괴하고 있다.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나를
망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