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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빛 바랜 일기

비는 오는데

by 자광 2009. 7. 28.
비가 창문을 때린다.
제법 세찬 비다. 그 비속에 흠뻑 가을을 담고 있다.
비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도 가을이 묻어 있다.
아. 그렇게 가을이 오는구나.
알게 모르게 가을은 이미 곳곳에 자신의 흔적을
묻히고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제법 쌀쌀하다.
어제 까지만 해도 더워서 헉헉 숨 쉬기조차 힘들었는데
결국 이렇게 가을 속으로 점점 물들어 가는구나.
나는 유독 가을을 탄다.

가을빛이 물들 때면 가슴속에 일렁이는 바람을 느낀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코스모스 살랑거리는 길가를 하염없이 걷고 싶다.
빨갛게 물들어가는 입새들이 자신이 마지막 열정을 온몸으로
드러낼 때 나의 눈에 괜한 눈물이 난다.

가슴 안에서 이는 바람
왠지 모를 서글픔, 외로움, 또 어떤 그리움들이
바람이 되어 가슴 깊은 곳에서 인다.

비 가 자신의 존재를 내게 알리려는 듯 똑 똑 소리를 낸다.
그 안에 가을을 듬뿍 담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