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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我)/빛 바랜 일기

고향은

by 자광 2009. 8. 30.
내일이 추석이란다. 쓸쓸하다.
잃어버린 고향은 언제 적 부터인가.
차츰 차츰 머릿속에서 지워져 버리고
큰 형님 돌아가시고 난 뒤 더욱 더 아무른
미련의 찌꺼기도 남지 않은 곳이 되어 버린 채
찾지 않게 되었다.

아마도 지지리도 가난했던
그 기억을 지우려는 어떤 방어 심리가 작용하여
별로 가보고 싶지 않은지 모른다.
 
내 기억속의 고향은 어릴 때 친구들이랑
개울가에서 깨 벗고 물장구 치고
까르르 웃음 짓던 곳인데
이미 그곳은 어디에도 없고
그곳엔 사람들의 욕심과 무지와
이기가 가득한 곳이 되었다.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을까?

바로 돈 이란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서서히 돈의 노예가 되어가고
돈 앞에서는 형제도 친척도 가족도 외면 할 수 있는
끔찍함을 본인도 모르게
안 그런 척 포장하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정다운 얼굴위로 하나, 둘 주름이 늘어가고
또 어느새 사라져 간 얼굴들이
하나, 둘 늘어 날 때쯤이면
이미 마음속 고향엔 아무것도 남은 것도 없이
차가운 바람만 쌩 쌩 불고 있다.

슬프다.
나는 그것이 슬프다.
읽어버린 고향보다. 사라져 영원히 찾을 수 없는
세월의 흔적들이 더 슬프다.

차라리 마음속에 남은 고향을 간직한 채
그렇게 찾지 않고 그리움처럼
아픈 채 고향은 이미 고통이 되어
여기 저기 내동댕이쳐 뒹 구르고 있을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