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길을 나섰다.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 그리고 부모님을 다 놓아두고
반드시 깨달음을 얻어 돌아오겠노라 맹세하고
굳은 결심으로 길을 떠났다.
하루, 이틀, 한주, 두주
그렇게 세월은 흘러 일 년 이 년이 지났지만
그 사람이 원하는 그 어떤 깨달음도 얻지 못 했다.
그 와중에 숱한 스승들을 만났다.
어떤 이는 자신이 진정한 깨달음을 얻었노라 말하고
어떤 이는 자신만이 구원을 해줄 수 있노라 말하고
어떤 이는 자신이 바로
그 구원자 깨달은 자라고 말했지만
그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바에 미치지 못하므로
그렇게 깨달음을 갈구하며 방황해야 했다.
그러다 어느 날 그는 길에서 우연히
남루한 옷차림의 어떤 걸인을 만났다.
그 사람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이
그저 입고 있는 옷만이 전부였다.
뜻하지 않는 동행에서 그동안 자신이 나름 깨달은 것을
이 사람에게 주어야지 하고
걸인에게 물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세상을 살고 있습니까."
그러자 걸인은 "누구 말이요?"
하고 되물어 보았다.
다시 물어보았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세상을 살고 있습니까?"
걸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러는 당신은 지금 어디로 가시오."라고 되묻는다.
그러자 그 사람은 자신은 깨달음을 찾고자
이렇게 길을 떠나고 있다고 대답하였다.
걸인이 "그래 그 깨달음은 찾았소."라고 물었다.
하지만 그 걸인에게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저 "아니요"라고 짧게 대답해야만 했다.
걸인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다시 묻는다.
"이제 어디로 갈 것이요"하고
그 사람은 다시 힘없는 목소리로
"깨달음을 구할 때까지
스승을 구하려 다녀야지요." 한다.
걸인이 조용하게 물었다.
"당신은 어디서 왔소."
그 사람은 나는 어디 누구누구의 자손이며
남편이다 라고 대답하였지만
걸인은 다시 물었다.
"지금의 그 부모와 인연 되기 전 그대는 어디서 왔소."
그 사람은 갑자기 대답할 말을 찾지 못 했다.
걸인은 다시 말했다.
"그래 지금은 어디로 가시오."
그 사람은 다시 말문이 막혔다.
걸인이 다시 조용히 말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무슨 길을 찾는단 말이요,
그 대는 이미 온전한 그대요,
그대 안에 이미 다 갖추어 놓았는데
또 따로 무엇을 구한단 말이요,
다만 그대 자신을 의심하지 마시오.
그대가 부처임을
두 번 다시는 의심하지 마십시오."
라고 말해 주었다.
그 사람은 걸인에게 스승으로서의
예를 갖추고 얼굴 가득 평안을 가지고
다시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 후 그 사람은 부처와 중생을
부처와 깨달음을 따로 찾지 않고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