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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붓다/비교종교

고정적 실체를 부정하는 종교

by 자광 2011. 11. 20.



당신은 지금 이 블로그를 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교는 여기에 적힌 글(문자)을 언제 어디서나 문자 일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불교는 실체적 존재로서의 문자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글이란 존재는 사용하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만 글으로 존재한다.
즉, 문자로 이루어진 블로그에 담긴 내용을 "읽고자"하는 사람이 있을 때만 글이 존재한다.

그 문자를 알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이미 그림이다.
그 문자 위에 색깔을 입히면 그것은 색깔있는 그림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글이란  그 글을 보는 사람의 이해도에 따라 글이 아닐 수도 있다.
블로그에 문자로 이루어진 그 무언가가 언제 어디서나 스스로 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에 의해서 의미가 되는 것이다.
그 글자 자체가 언제나 스스로 의미인 것이 아니라 이해 하는 자에 의해서 의미가 되는 것이다.

불교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존재를 이처럼 관계 속에서 파악한다.
따라서 불교는 자신을 어떤 고정된 실체로 보지 않는다.
이것을 불교 식으로 말하자면 연기(緣起)의 진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다시 드러나는 것이 불교의 자기 개방성이다.
자신을 고정된 실체로 보지 않는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폐쇄적으로 갇혀 있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모든 존재를 관계 속에서 파악하는 것은 자기 앞에 놓인 모든 존재에게 자기를 열어 놓는 것이다.
이 자기 개방성은 자신을 절대시하거나 완결시 하는 것이 아니라
앞에 놓인 상대에게 영원히 열려 있을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불교 는 종교간의 대화에 정직하고 진지하게 임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있는 것이다.

자광 하재석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