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잠시쉬자/그리움

봄비는 대지를 깨우고

by 자광 2009. 2. 16.
눈을 뜨니 간간히 봄비가
입새를 톡톡 깨우고 있습니다.
이제 그만 일어나라고
네 안의 여린 잎사귀를
이 봄볕에 싹트라고.
그렇게 가벼운 봄비는
속삭이며 여기저기 온대지 가득
생명을 틔우고 다닙니다.
어제와 다른 오늘은.
좀 더 연초록이 물오르고
햇살은 조금 더 활기를 품고
게으른 하품하는
나를 깨웁니다.
그렇게 세상엔 봄이 어김없이 왔답니다.
겨우내 숨죽이고 그저
품안에 웅크린 채
오직 봄비가 깨울 그날을 기대하며
봄비는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았습니다.
언제 너희를 깨우겠노라
하지만 서로에게는 어떠한 계산이 없습니다.
단지 의심하지 않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요.
의심하지 마십시오.
배고프면 밥 먹고 잠 오면 잘뿐입니다.
이 비가 그치면
그동안 감추어두었던
가지가지 생명들 제각각
대지를 박차고 보란 듯이
으쓱대겠지요.
지금 이 순간 저는 이글을 보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봄비처럼 골고루 그렇게
사랑하며 사십시오.
자광. 하재석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