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我)/빛 바랜 일기426 스승의 날 초등학교 4학년 나는 정말 가난한 아이다. 미술시합에 나가야 하는데 제대로 된 미술도구하나 없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어느새 새 옷과 미술도구를 준비해 주세서 그날 세상에 태어나 그렇게 기분 좋을 때가 아마 없었다. 우등상을 타는 날도 선생님은 그러셨다 돈이 없어도 공부를 잘하는 너에게 이상을 주고 싶다고 선생님 정말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선생님의 표정이 지금 생각해보아도 잊히지가 않습니다. 맑고 큰 눈이요. 아마도 선생님은 어딘가에서 또 다른 가난한 아이에게 사랑을 나누어 주고 계실 것입니다. 보고 싶답니다. 어디에 계세도 건강하시고 늘 그 사랑을 먹고 있는 저희들을 생각하십시오. 보고 싶은 선생님 2009. 3. 14. 어딘가에 쓰임 며칠째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 일명 백수인데 말이다. 오늘은 진해를 다녀왔다. 도원스님부탁으로 앞으로 매주 한번은 다녀와야 할 것 같다. 어젠 밀양을 다녀오고 내일도 밀양을 간다. 일요일은 해인사를 가야하고 무엇이 이 몸을 이리도 바쁘게 하는지 참 모르겠다. 하긴 아직 쓸 만하다는 이야기이니 나쁠 건 없다 필요 없음보다는 필요 있음이 살아 있음에 의미가 더 있을 것이다. 누군가 말한다. 돈이나 되느냐고 그건 모른다. 하여간 그렇게 살아왔다. 필요에 의해 부르면 달려가고 또 돌아옴의 반복이었다. 많은 약속들을 제대로 지키지도 못한다. 다 들어 주고 싶지만 내가 부족하다. 그런데도 백수는 여전히 백수인가 보다. 오늘은 햇살이 제법 좋다. 큰형님 댁으로 제사를 지내러 가야 한다. 운전을 하고 그렇게 내 .. 2009. 3. 14. 답답한 나 얼굴에 열이 많이 난다. 멍청하기 때문에 하릴없이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내 모습이 우습다. 무얼 할까. 생각하는 내가 우습다. 하긴 나는 지금 까지도 그렇게 잘 버텨 왔지 하지만 요즈음의 나는 무언가에 조금은 바쁘다. 누군가에게 의미를 부여 한다는 것이 이렇게 책임도 따르는 것인가, 싶다. 예전에 나는 어떠한 구속도 받질 않았다. 가고 싶으면 가고 떠나고 싶으면 떠나고 남고 싶으면 남았다. 살다가도 갑자기 산사로 떠나버리기도 하고 그런데 요즈음의 나는 그렇게 하질 못한다. 그것이 책임인가 함부로 하지를 못하겠다. 떠나고 싶은 것도 아마도 그동안 외로워서 일까? 요즈음은 그렇게 떠날고 싶은데 가없다. 아니 갈 곳이 생각나질 않는다. 이젠 무언가를 해야지 하지만 무얼 해야 할지도 생각나질 않는다. 답답하다. .. 2009. 3. 14. 마애사 오늘 연락이 와 마애사로 간다. 몇 번 마애사 삼존불 때문에 다녀왔지만 오늘처럼 주지 스님을 뵙지는 않았다. 아니 사실 뵐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일 때문에 주지 스님을 만났다. 법명이 무진스님이신데 너무 산사가 상업적으로 보인다고 하자 자신은 산사를 개방하고 싶다고 하신다. 산사는 불자들의 보시로 이루어졌고 단지 자신은 관리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신다. 그 말씀대로 청정하시기를 하지만 대규모 불사를 보고 있노라니 참으로 큰 가람이 만들어 지고 있었다. 관광버스가 하루에 30대 이상이 다녀간단다.그 정도 인가……. 부처님은 어디에도 계신다. 그런데 우리는 부처님을 찾아 산사로 간다. 어디에나 그자체로 부처님이신 것을 왜 모를까. 나와 부처가 분명 둘이 아닌 것을 그러듯이 너와 부처 .. 2009. 3. 14. 백수라고 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그런다. 백수라고 나 정말 백수 맞다. 얼마 전에 아들이 다쳐 병원에 누워 있을 때 다니든 사무실이 그만 문을 닫았다. 물론 쇼핑몰은 유지가 되고 있다. 내가 할 일이 없어 진 것이지 이제 나의 시간이 무한정인데 문제는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 혼자이면 별로 걱정이 없는데 아들과 딸이 엄연히 존재하고 학교를 다닌다. 그러니 마냥 이 자유를 즐길 수는 없는 입장이다. 요즈음 무얼 할까 생각은 많이 한다. 가끔씩 다닌 강의나. 그 외 여러 가지 부탁받는 일들은 고정적인 수입이 아니다.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일을 하는 것을 사람들은 직업이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난 직업이 없다. 그런데도 아무 불편 없이 살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물론 아무것도 가진 것도 없다 그런데도 빚도 진 것이 없.. 2009. 3. 5. 바다로 가잔다 여름 하면 바다가 생각난다. 하지만 난 그렇게 바다를 좋아 하진 않는다. 난 산이 좋다. 딸 아이는 바다엘 가자고 한다. 그동안 산을 잊고 살았지 아마도. 예전에 나는 혼자 지리산을 9일간이나 가본 적이 있다 그때 혼자 무슨 용기로 그랬는지 몰라도 혼자 산을 올랐다가 비를 만나고 꼼짝 못하고 갇혀 있었다. 그러다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텐트 안에서 보낸 9박10일간의 긴 갇힘이 새삼스럽게 지금 그리워진다. 그땐 몰랐다 그땐 세상과의 단절이 두려웠는데 지금은 그것이 완전한 자유로움이었음을 느낀다. 바다는 무한함을 느끼고 하지만 산은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나의 존재에 대한 초라함과 결국에는 발아래 펼쳐지는 산하대지가 나의 가능성을 일깨운다. 오직 산은 오른 자에게만 품을 내어 준다. 바라만보면 산은 결코 그.. 2009. 3. 5. 존재감 얼굴에 열이 오른다. 웬일일까 요즈음 부쩍 얼굴에 열이 많이 난다. 화끈 거리며 열이 올라 갑갑할 지경이다.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하긴 어젠 막걸리 두 잔을 마셨다. 거절할 수 없는 분들의 권유라. 무엇 때문인지 바쁘다 정말 예전처럼 아무생각도 하기 싫다. 그냥 텅 비어 버린 공허로 움을 즐기고 싶다. 이것 또한 욕심이라. 버려야 할 아상이라 지금 현재를 받아들이면 만사가 편안한 것을 내가 현재를 자꾸 부정하니까 괴롭다. 몸이 괴롭고 마음이 괴롭다. 여름 장마 마냥 내리는 비에 방안에서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빈둥거리고 있는 나의 모습에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아들은 요즈음 많이 살만한 모양이다. 병원에서 나온 지도 이젠 제법 되었다. 이빨은 지금 한창 치료중이다. 모든 것은 다 잘 돌아간다. 내가 원.. 2009. 3. 5. 체육대회 아침에 서두른다. 오늘 오랜만이 공식행사다. 통도사 운동장이라는데 어딘지도 모른다. 대한불교조계종 부산경남포교사단 체육대회라는데 나는 오랜만에 참석한다. 그동안 난 무엇을 하였는지.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강의 한답시고 다녔다. 부족한 알음알음으로 부처님 법을 전달하려 한다. 가당찮은 일이다. 내가 어떻게 부처님 법을 제대로 이해 할 수 있을까. 오랜만에 보는 동료 포교사님들은 여전하시다. 난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아카데미도 졸업하였다는데 난 등록만 해놓고 학비만 내고 중단하였다. 마음이 아프다 배우고 싶었는데 대학원강의라. 더욱 배울 것이 많았는데 이젠 서울 대학원에 등록해야 할 것 같다. 오늘은 공도차고 하늘도 보고 산도 오르고 비는 올 것 같았는데 오전 내 구름만 오락가락하다. 오후부터 본격적.. 2009. 3. 5. 좀 더 토요일 비라도 올 듯 하늘 잔뜩 찌푸리고 있다. 무얼 해야 하는지 백수의 고민이다.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무얼 할까. 하는 행복한 고민 참 한심하다 내가 지금 행복해야 하나 그런데도 행복하다 한다. 행복은 느끼는 자의 것이다. 요즈음 결혼조건중 하나가 빚 없는 것이라는데 난 아직 빚이 한 푼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가진 것도 없다. 빚도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마음은 편안하다. 조급할 것도 없다. 카드 빚도 없지만 쓸 것도 없다. 단지 현재의 난 그저 즐거울 뿐이다. 감사하고 사실 빈 몸으로 와서 가진 게 너무 많다. 너무나 많은걸 가지고 있는데도 그것을 망각하고 사는 사람들이 답답할 뿐이다. 더. 더 하는 욕심 말이다. 좀 더 큰집 좀 더 좋은. 더 하는 그것을 사람들은 희망 혹은 꿈이라고 한다. 좀 .. 2009. 3. 5. 스님의 봉투 어젯밤엔 미칠 듯이 천둥번개 치더니 아침엔 햇살만 따뜻하다. 비라도 오지하는 간절한 바람이 여지없이 무너진다. 아침 일찍 진해 스님에게 전화가 왔다. 필요하신 프로그램 때문이다. 너무나 당연한 마음으로 달려갔다. 필요하신부분을 처리 해드리고 나오려니 굳이 차나 한잔 하고 가라며. 커피를 내오신다. 잠시 후 하얀 봉투를 주신다. 아차, 이러면 안 되는데 하지만 스님은 억지로 봉투를 주머니에 넣어 주신다. 마음이 아리다. 스님 죄송합니다. 도와 드리고 싶은데 스님은 굳이 감사의 뜻을 표하시니 당연히 해드려야지요 했는데. 고맙게 받겠습니다. 좋은 일에 사용하겠습니다. 하고 받는다. 늘 그렇게 나는 스님들에게 받기만 한다. 내가 무엇이기에 말이다. 가끔은 나의 존재에 대해 무척 고민을 한다. 하지만 가끔은 너무.. 2009. 3. 5. 아들의 고통과 합의 머리가 아프다. 며칠째 체한 배가 아직도 안내려간다. 며칠 전 가해자 부모님들을 만나고 나서 체한 가슴이 어제 가해자 어머니들의 방문으로 다시금 체한가슴이 되어 버렸다. 앞으로 들어갈 병원비가 약 2000만 원 정도다. 아들의 눈은 이미 눈동자가 돌아가질 않아 사시가 되어 버리고 초점조차 맞추질 못한다. 머리의 충격으로 기억력이며 성격이 무척 많이 예민해졌다. 고막은 이젠 조금씩 괜찮은 모양이지만 모른다. 이빨은 아직도 그 상태로 아랫니 4개나 없이 밥도 겨우겨우 먹고 있다. 그런데 가해자 부모들은 합의 보잔다. 치료비 앞으로 계산해 약2500만 원 정도 잡고 3000만 원 정도에 합의를 보자고 한다. 가슴이 터질 것 같다…….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나 자신들의 자식이면 아이의 눈이 보이지도 않다. 평생.. 2009. 3. 5. 스스로 잘난 사람들 요즈음 길을 나가보면 동네가 온통 선거철이라 시끄럽다. 유행가를 개사한 선거노래가 왕왕 울리며 내가 원하든 원치 않던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 소리를 들어야 한다. 모두가 자신만이 진실하다고 외친다. 상대가 국회의원이 되면 마치 나라를 망칠 것처럼 이야기 한다. 탄핵이니 부패니 어수선하다. 난 큰 것은 모른다 하지만 왜 모든 것이 자그마한 씨앗에서 시작함을 모를까…….상대의 잘 난점 좋은 점을 왜 이야기하지 못할까. 그렇게 상대방의 약점들만 골라 이야기해야 할까. 노골적으로 보면 세상 어느 누구도 나보다 못난 사람은 없다. 다 나름의 우주의 주인인 것을 우리는 꼭 상대방을 누르고 이겨야만 하는것처럼 그렇게 목이 터져라 외쳐댄다. 정말 그럴까, 상대방을 칭찬하고 저분은 저것이 정말 훌륭하고 이분은 이것이 .. 2009. 3. 5. 답답함 아침부터 어제 부탁한 의사 면담을 한다고 대기하란다. 우습다. 의사의 말 한마디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그냥 대기해야 하는 나 어쩔 수 없다 의사는 나만을 상대 하는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내일은 이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고 아이의 병간호에 매달려 있다. 그분들은 자신들도 알아야 하니 면담을 시켜 달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더욱 중요한 것은…….우리 아이의 장래도 생각해 주어야 한다. 자신들의 아이의 장래가 아닌 우리 아이의 장래 눈은 벌써 표가 난다…….사시가 이미 되었다. 8~9개월 뒤에나 수술이 가능한데 그것도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머리는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것도 6개월이 지나봐야 안단다. 하지만 장담할 수 없단다. 귀는…….3개월 .. 2009. 3. 5. 용서 해 달란다 며칠 만에 들린 집이다. 좁고 별로 크지 않은 내 소중한 가난살이지만 정겹다……. 그동안 아들의 병간호(말이 병간호지 별로 한 것도 없음) 한다고 집이 엉망이 되도록 있었다. 아들은 이젠 제법 많이 호전되었다 말도 하고 밥도 먹고 걸어 다닌다 하지만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 졌다. 이빨은 아직 치료 할 엄두도 못 내고 있고 귀는 3개월 뒤에나 보잖다. 눈은 이미 장애가 나타난다. 많이 불편한 모양이다. 가해자 쪽에서는. 합의 보자고 난리다. 난 아직 아무른 준비도 없는데 그들은 자신들의 자식이 구금되는 것이 싫어서 합의이야기를 한다. 아직 치료도 안 끝났는데 벌써 병원비는 3.600.000여만 원이나 나왔다. 다행이 머리 에 수술을 하지 않아서 이다. 하지만 이빨만 해도 천오백만원이나 들어간다. 눈은. 귀는.. 2009. 3. 5. 아들이 일어났다 오늘 아침엔 아들이 머리를 들고 일어났다. 이젠 스스로 화장실도 간다. 침대가 작아 다리조차 제대로 펴질 못하는 아들이 이젠 일어나 걷고 머리도 들고 한다. 기적 같다 의사가 그런다. 정말 회복이 빠르다고 하지만 눈에 신경 하나가 망가져 눈동자가 돌아가질 않는다. 그러니 초점을 맞추질 못한다. 어제 처음 안 사실이다 답답하다. 일반병실로 옮겼다. 모두가 머리에 붕대를 한 중환자들이다. 정신조차 제대로 못 차리는 사람들 사이에 그래도 가람인 제일 낳다. 생각이 긍정적이라 그런지 참으로 활달하다. 친구들과 어울리면 분위를 끌어간다. 참 기분이 좋다. 새삼스레 아들이지만 그놈 참 잘생겼다 싶다. 얼른 일어나기를 오늘이 벌서 8일째인가 2009. 3. 5. 이전 1 ··· 18 19 20 21 22 23 24 ··· 29 다음